1. Color mode
최근의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한 흐름은 DSLR 카메라의 저가격화를 통한 대중화인 것같다. 해상도가 높은 자동형 디지털카메라(일명 똑딱이)의 가격이면 저가형 DSLR 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DSLR 카메라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컬러 모드를 변환할 수 있다는 것도 그 중 하나라 하겠다.
그런데 이 컬러 모드(혹은 색공간 변환 기능이라고 잘못 불리기도 함)의 원리와 그 결과, 그리고 이의 활용에 대해 상당한 혼란이 있는 것 같다. 사실 필자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는데 여러가지 실험과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받은 여러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차원에서 본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니 참고가 되시길 바라고, 혹시 추가적인 의문사항은 댓글을 통해 질문해 주시기 바란다.
컬러모드에 대한 오해와 편견
니콘 D50의 '촬영' 메뉴에서 '이미지최적화'에 들어가면 3번째에 '컬러모드 설정'이라는 항목이 있다. 이 안에 보면 총 3가지 컬러 모드가 있는데, 아래와 같이 2 종류의 sRGB 모드와 1종류의 아도비 RGB 모드로 구성되어 있다.
* color mode 1 - iiia (sRGB)
* color mode 2 - ia (sRGB)
* color mode 3 - ii (AdobeRGB)
필자가 받는 많은 질문들을 고려해 보면... 적지 않은 DSLR 사용자들이 이 컬러모드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즉, sRGB보다는 AdobeRGB로 설정했을 때 컬러가 좋을 것이라고, 혹은 정확할 것이라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혹은 AdobeRGB는 아직 이것을 지원할 만한 모니터가 없으므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말들도 있다.
이러한 혼란이나 잘못된 이해는 카메라의 컬러모드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컬러에 대한 이슈가 사실 좀 복잡하고 어려우며, 결정적으로 Adobe社의 포토샵(PhotoShop)이라는 프로그램의 컬러 프로파일의 기능이 혼동되어 이해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일단 니콘 D50의 컬러모드 설정을 sRGB로 했을 때와 AdobeRGB로 했을 때 컬러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아래의 사진은 필자가 D50으로 직접 촬영한 것으로 북반구에서 구름이 거의 없는 매우 맑은 날에 빨갛게 물든 장미를 오후 5시경에 촬영한 것이다. sRGB 모드로 설정한 위의 사진은 장미와 잔디의 색이 진하고 생생한데 비해, AdobeRGB로 설정해서 촬영한 아래의 사진에서는 색이 칙칙해 보인다. 이것은 어떤 모니터로 보나 마찬가지다.

※ Rose - sRGB (Nikon D50, color mode = iiia)

※ Rose - AdobeRGB (Nikon D50, color mode = ii)
이번에는 녹색 계열의 버스를 보자. 역시 sRGB로 촬영했을 때가 AdobeRGB로 촬영했을 때에 비해 훨씬 생생해 보일 것이다. 무채색인 회색 계열의 색상(포장된 도로)은 별 차이가 없지만 원색에 가까울 수록 차이를 많이 보이고 있다.

※ Bus - sRGB (Nikon D50, color mode = iiia)

※ Bus - AdobeRGB (Nikon D50, color mode = ii)
이번에는 선착장을 촬영한 사진이다. 배의 색상이나 바닷물, 혹은 하늘색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물론 이번에도 sRGB로 촬영한 사진이 AdobeRGB로 촬영한 사진에 비해 컬러가 더욱 생생해 보인다. 우측 하단에 보이는 요트의 백색 갑판의 명도 차이도 눈여겨 봐 주시기 바란다.

※ Pier - sRGB (Nikon D50, color mode = iiia)

※ Pier - AdobeRGB (Nikon D50, color mode = ii)
이번에는 나무색와 흙색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다. sRGB로 촬영했을 때가 좀더 불그스름한 톤이 많이 들어가고 결과적으로 진하고 생생해 보인다. AdobeRGB로 촬영하면 색상이 다소 물 빠진 듯 약해 보인다.

※ Woods - sRGB (Nikon D50, color mode = iiia)

※ Woods - AdobeRGB (Nikon D50, color mode = ii)
색공간(Color Space)과 색재현범위(Color Gamut)
위의 사진들에서 보여지는 컬러모드별 색감 차이는 컬러모드 설정기능이 있는 DSLR을 사용해 보신 분들이라면 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물론 같은 sRGB와 AdobeRGB라 하더라도 실제 색상은 카메라 제조사에 따라 다 조금씩 다르고, 심지어는 같은 제조사의 제품이라도 모델에 따라 차이가 난다. 제품마다 사용하는 센서(CCD나 CMOS)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사용하는 센서의 실제 컬러 특성을 밝혀야 한다고 XL20 리뷰시 지적을 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컬러모드의 설정에 따라 사진의 색감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 컬러모드라는 기능의 개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동안 필자가 접한 질문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아래와 같다.
* 질문 (1) : AdobeRGB의 색재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아는데 왜 AdobeRGB로 설정했을 때의 색상이 덜 생생하고 칙칙하게 보이는 것인가?
* 질문 (2) : 지금은 sRGB 모니터에서 보기 때문에 sRGB의 컬러가 더 생생해 보이지만, AdobeRGB가 지원되는 모니터로 보면 AdobeRGB로 촬영한 사진이 더 생생해 보이게 되지 않겠는가?
* 질문 (3) : 색재현율이 높은 모니터를 가지고 있다면 DSLR로 사진을 촬영할 때 AdobeRGB로 컬러 모드를 설정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표준인 sRGB로 설정하는 것이 좋은가?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색재현율, 혹은 색재현범위라는 것이 무엇이며 색공간과는 또 어떻게 다른지 이해해야 한다. 사실 관련된 용어들이 매우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먼저 색공간(Color Space)은 RGB, XYZ, Yxy, Lab, YCbCr 등과 같은 컬러 시스템을 뜻한다. 3차원 색공간의 성분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RGB 색공간이 될 수도 있고 YCbCr 색공간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색공간을 변환시킨다는 것은, 예를 들어, RGB체계에서 YCbCr 체계로 변환시킨다는 뜻이다.

※ Yxy Color Space

※ L*a*b* Color Space

※ YCbCr Color Space
색재현범위(Color Reproduction Range, Color Gamut)란 인간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전체 컬러 중에서 어떤 특정 입출력장치(카메라, 디스플레이, 프린터 등)가 재현할 수 있는 컬러의 범위를 뜻한다. 보통 CIE xy 혹은 CIE u'v'이나 LAB 색공간에서 규정하는데, '색재현율'이라고 할 때에는 관습적으로 CIE xy 색공간내에서 original NTSC(1953)의 2차원 색재현범위(RGB를 이은 3각형의 넓이)에 대비한 상대적인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아래의 그래프에서 작은 회색 실선은 sRGB의 3원색을 이은 것이고, 큰 회색 3각형은 original NTSC의 3원색을 이은 것이다. Blue는 sRGB가 훨씬 진한 색으로 설정되었지만 Red와 특히 Green의 경우 NTSC가 훨씬 진하고 선명한 색으로 지정되었다. 여기서 색공간(Color Space)란 가장 외곽에 있는 말굽 모양의 선을 뜻하며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컬러 범위를 뜻한다. 그리고 색재현범위란 바로 이 색공간 내에서 어떤 디스플레이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뜻하고, 색재현율이란 original NTSC의 색재현범위와 비교한 어떤 디스플레이의 색재현범위의 상대적 비율이라 설명되는 것이다.

※ CIE xy Color Space - sRGB(small gray triangle) vs NTSC(Large gray triangle)

※ CIE u'v' Color Space - sRGB(small gray triangle) vs NTSC(Large gray triangle)
컬러모드의 비밀
이제 색공간과 색재현범위, 그리고 색재현율이라는 용어에 대해 좀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DSLR에서 컬러모드를 AdobeRGB나 sRGB로 설정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단순 명쾌하게 얘기해서 sRGB로 설정한다는 것은 sRGB 정도의 색재현범위를 가진 디스플레이로 사진을 볼 때 자연의 색이 최대한 있는 그대로 재현될 수 있도록 컬러를 매핑해 주는 것이다. AdobeRGB로 설정한다는 것 역시 AdobeRGB 정도의 색재현범위(sRGB 보다 크고 NTSC와 비슷한)를 가진 디스플레이로 사진을 볼 때 자연의 색이 최대한 그대로 재현될 수 있도록 컬러를 매핑해 주는 것이다.
결국 카메라RGB를 색재현범위가 더 큰 AdobeRGB로 매핑해 주는 것이 sRGB로 매핑해 주는 것에 비해 덜 생생한 색이 되기는 하지만, 색재현범위가 넓은 디스플레이로 볼 때에는 자연의 색에 좀더 가까워 진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sRGB 사진과 AdobeRGB 사진을 같은 모니터로 본다면 (그 모니터의 색재현범위와 관계없이) 항상 sRGB 사진이 더 진하고 선명한 색을 가진 것으로 보이게 된다.
하지만, sRGB로 찍은 사진을 sRGB 모니터로 보고, AdobeRGB로 촬영한 사진을 AdobeRGB 모니터로 본다면 (원리적으로는) 두 사진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부분 ) 비슷한 색감이 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단지 니콘 D50에 sRGB 모드가 2개(iiia, ia)나 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sRGB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sRGB에서 정한 컬러 스펙대로 보이는 것은 아니란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니콘에서 어떤 식으로 Color Gamut을 매핑했는지 밝히지 않는 한 정확한 내용은 정밀한 실험을 통해서만 알 수 없다.

※ sRGB picture viewed with sRGB monitor (simulation)

※ AdobeRGB picture viewed with AdobeRGB monitor (simulation)

※ sRGB picture viewed with AdobeRGB monitor (simulation)
포토샵의 컬러 프로파일과의 혼란
위에서 설명해 드린 DSLR의 컬러모드를 sRGB나 AdobeRGB로 설정한다는 것은 sRGB나 AdobeRGB 프로파일을 적용시켰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런 이미지를 포토샵에서 열 때에는 기존의 프로파일을 바꾸겠냐는 메시지가 뜰 것이다. 이럴 때에는 그냥 있는 그대로 사용하시기를 바란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프로파일을 변경해야 할 때에는 주의해야 한다.
포토샵의 '작업 색공간(working color space) 설정'이나 '프로파일 지정(assing profile)'과 같은 기능은 어떤 이미지에 프로파일을 적용시켜 주거나 기존의 프로파일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포토샵에서 sRGB나 AdobeRGB로 프로파일을 지정한다는 것은 DSLR에서 sRGB나 AdobeRGB로 지정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발생시킨다.
즉 포토샵에서 AdobeRGB로 프로파일을 지정해 준다는 것은 AdobeRGB만큼 색재현범위가 넓은 디스플레이에서 볼 때의 색감을 (sRGB 모니터에서) 시뮬레이션 해 주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DSLR에서는 AdobeRGB와 같은 넓은 색재현율을 지정해 주면 색이 칙칙해 지지만, 포토샵에서 AdobeRGB로 지정해 주면 반대로 색이 더 진하고 선명하게 바뀌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상반된 현상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혼란을 겪는 것 같다.
이제 앞서 제기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해 보도록 하겠다. 이 간단한 2개의 질문 이외에 추가적인 질문이 있는 분들은 댓글을 통해 질문해 주시기 바란다.
* 질문 (1) : AdobeRGB의 색재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아는데 왜 (DSLR에서) AdobeRGB로 설정했을 때의 색상이 덜 생생하고 칙칙하게 보이는 것인가?
→ AdobeRGB와 같은 넓은 색재현범위를 가진 디스플레이에서 봤을 때 자연스럽게 색이 재현되도록 하기 위해 컬러 매핑을 하기 때문이다. sRGB는 보다 작은 색재현범위를 가진 디스플레이로 볼 때에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매핑을 하기 때문에 AdobeRGB로 설정했을 때에 비해 (동일한 모니터로 보면) 좀더 색이 진하고 생생해 보이는 것이다.
* 질문 (2) : 지금은 sRGB 모니터에서 보기 때문에 sRGB의 컬러가 더 생생해 보이지만, AdobeRGB가 지원되는 모니터로 보면 AdobeRGB로 촬영한 사진이 더 생생해 보이게 되지 않겠는가?
→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sRGB로 촬영한 사진을 sRGB 모니터로 볼 때의 색감과, AdobeRGB로 촬영한 사진을 AdobeRGB 모니터로 볼 때의 색감은 대략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 질문 (3) : 색재현율이 높은 모니터를 가지고 있다면 DSLR로 사진을 촬영할 때 AdobeRGB로 컬러 모드를 설정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표준인 sRGB로 설정하는 것이 좋은가?
→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최대한 (카메라가 촬영한) 있는 그대로의 색감을 담으려 한다면 당연히 AdobeRGB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넓은 색재현범위로 매핑하는 것은 인쇄 등에서의 컬러 매니지먼트 작업에 있어서도 보다 유리하다.